박성제의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01
feedly로 구독하는 블로그가 있다. mbc 김민식pd의 ‘공짜로 즐기는 세상’인데 글이 재미있고 유익하다.  읽고 보고 경험한 생각한 것들을 글로 써서 세상에 공유한다. 독학으로 외국어를 학습한 방법과 원칙을 알려준다. 퇴직이후 새로운 꿈을 전업 작가로 정한 후부터 스스로 몇가지 약속하여 인생 2막을 준비한다. 하루영어 문장 10개 외우기, 하루 책 한권 읽기, 하루 블로그 글 한 편쓰기 등등. 나아가 그러한 약속이 “제가 제 자신을 대접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의미있게 살고 싶고, 보람을 느끼며 매일매일 이어가고 싶기 때문에 스스로의 약속한 바를 행하며 이러한 경험을 블로그에 공유한다. 좋은 기운을 느낀다. 그의 태도와 자세가 부럽다. 그는 mbc pd인데 노조활동등의 이유로 좌천되어있다. 원망과 절망에 머무르지 않고 즐겁게 일하고 배운다. 얼마전 mbc 해직기자 박성제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소개한다. “화가의 마지막 그림”. 알고 보니, 페친이다. 인연일까? 지난 주에 박성제씨의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를 숨책에서 샀다. 미루지 않고 읽다.

02

“어이, 수습! 기자가 뭐 하는 직업인 줄 알아?”
“새로운 정보를 찾아 뉴스를 만들어서 시청자들에게 전화는 일 아닙니까?”
“새로운 정보? 웃기고 있네. 그따위 정신으로 기자 하려면 당장 그만뒤, 인마.”
“그럼 기자가 뭐 하는 건데요?”
“잘 들어, 기자는 말이야. 힘센 놈과 싸우는 직업이야. 우리나라에서 힘쎈 놈들이 누군지 알아? 청와대, 여당, 검찰, 재벌, 이런 놈들이야. 우리가 이런 놈들하고 한판 붙어서 힘없는 밥풀때기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거야. 언론이 힘센 놈들하고 싸워주지 않으면 밥풀때기들은 늘 당할 수밖에 없거든.” P33

“너 같은 부드주아 한량이 노조 운동을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는 말까지 들었다. 내가 노조 운동을 한 것은 거절을 못하는 내 성격 탓이다. 나는 그저 원칙을 버리기가 싫었다. 기자회장 박성호씨고, ytn의 노종면 기자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평범하고 일밖에 모르는 언론인이었다.p125

“뭔가를 해야만 했다. 남아도는 시간을 때워야만 했다. 친구 순강이가 입원해 있던 병원을 자주 찾게 된 건 그래서였던 것 같다.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내야 한다는 강박 같은게 나를 순강이에게 인도했다. …“성제야, 나 죽으면 우리 마누라랑 딸내미들 어떻게 하냐.” “죽긴 왜 죽어, 인마, 네 딸 고3이잖아. 대학도 보내고 사위도 봐야지” 순강이는 가족을 걱정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를 화장하던 날, 부인과 두 딸은 너무도 서럽게 울었다. 누가 어떤 말로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나는 한마디로 건네지 못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도 컸지만 남겨진 가족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계속 나를 괴롭했다. 친구를 보내고 난 후,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마다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 그러다 결국 내가 얻은 결론은 간단했다.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말자. 즐겁게 살자. 내가 건강하고 내가 즐거워야 내 가족이 행복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하지도 말자. 내 젊음을 바친 mbc를 망쳐놓고 나를 망쳐놓은 미운 놈들을 잊을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화내지 말자. 그들을 떠올리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자. 그럼 내가 지는거다. 즐겁게 살아야 한다. p130, 132

“한번 마음먹으면 모든 것을 단칼에 해치우는 나의 사전에 기다림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공방을 찾아갔다.“p138

“정확히 사흘 뒤, 나무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오자 나는 쏟살같이 공방으로 달려갔다. 공방 한가운데 있는 작업대에 커다란 레드오크 상판이 떡하니 올려져 있었다. 먼저 샌딩을 해야 했다.“p140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외로운 공방에서 지켜봐야 했다. 가슴이 아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 말고는.“p148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인다. 잘 되든 못 되든 모든 결과는 내 책임이다.“p271

“나는 즐겁게 살고 싶었다. 돈을 못 벌어도 좋았다. 스피커를 디자인하고 내 손으로 하나하나 완성해가면서 더할 나위 없는 만족을 느꼈다. 즐겁고 행복했다.“p272

“원래 나는 성질이 급한 편이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누가 어떤 음악이 좋다고 하면 당장 음반 매장으로 달려갔고, 좋다는 영화가 나오면 개봉 첫 날 봐야 직성이 풀렸다. 이런 급한 성질은 mbc기자가 되면서 더욱 증폭됐던 것 같다. 한 달 만에 쿠르베의 디자인과 개발을 끝내고 2주마다 하나씩 작은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20년 동안 몸에 밴 기자의 속전속결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p275

 

03
조직적으로 부당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있다. 세상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 비루한 잣대를 명분으로 내세워 대접한다. 20년간 일한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좌천되어 본업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된다. 어떤 이는 가슴속에 치미는 화를 감당하지 못하여 건강을 잃게 되기도 한다. 원망과 한을 풀 길이 안보일 때 어두운 절망에 갇히기도 한다. 한 분은 다가올 앞날을 대비하여 조용히 거하면서 인생 2막을 준비한다. 한 분은 쫓겨나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 살고 있다. 즐겁지 않은 상황이지만 즐겁게, 즐거움을 찾으면서. 집중해서 단호하게 산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